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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전시회 후기

[후기] 창덕궁 달빛 기행 - 가을 밤 낭만 여행으로 추천해요!

by walking_star 2021.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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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경복궁 별빛 야행'과 '창덕궁 달빛 기행' 예매 정보 포스팅을 했어요. 그다음 날 같이 가기로 한 지인들이 티켓팅에 도전했는데 한 명도 성공하지 못했어요. 방탄 콘서트 예매를 몇 번 성공했던 친구도 있었는데 무슨 이런 허무한 티켓팅이 있냐고 말하더라고요. 

망한 건가 하고 속상했는데 다음날 새벽에 별생각 없이 예매 사이트에 들어갔거든요, 하늘이 제 간절함을 아신 건지 표가 딱 한 장이 떠 있었어요. 그래서 냉큼 예매하고 달빛 기행이 처음 시작된 바로 어제 다녀왔어요. 그 후기 포스팅할게요.

 

 


가을밤 창덕궁 달빛 기행 후기

 

저는 마지막 타임인 저녁 8시 20분에 입장했어요. 창덕궁 정문인 돈화문에 집결해서 신분증, 코로나19 백신 예방 접종 증명서, 예매 번호를 먼저 확인하세요. 그러고 나면 아래에 보이는 기계를 나눠주시는데 목에 걸고 다니면서 귀 한쪽에만 이어폰을 끼면 해설사 님 설명을 들을 수 있어요.

요즘 날씨가 갑자기 많이 추워졌잖아요, 따뜻하게 입고 갔는데도 걱정이 되더라고요. 그런데 웰컴 선물로 핫팩과 똑딱이 단추가 달린 망토형 담요를 나눠주셔서 살짝 감동했어요.

 

해설사-님-설명-수신기
해설사 님 설명 수신기
달빛-기행-핫팩,-담요
달빛 기행 핫팩, 담요

 

 

시간이 될 때까지 잠시 줄 서서 대기하다 바로 입장했어요.

 

해설사님 설명을 들으면서 뒤를 돌았는데 보이시나요? N타워!

남산 타워야 서울의 왠만한 곳에서는 다 볼 수 있잖아요, 그런데 창덕궁은 달빛 기행 시기가 아니면 오후 6시까지만 운영해서 야간 개장을 하지 않아요. 이 각도에서 이런 뷰를 찍을 수 있는 기회가 정말 드문 거죠.

귀한 장면을 제 눈으로 직접 보고, 구독자님들에게 이 사진을 보여드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기분이 즐거워졌어요.

 

창덕궁-남산타워
창덕궁 남산타워
창덕궁-인정전
창덕궁 인정전
창덕궁-인정전-내부
창덕궁 인정전 내부

 

현존하는 서울의 다리 가운데 가장 오래된 다리인 금천교를 지나면 인정전이 나와요.

인정전은 '어진 정치를 펼친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창덕궁의 정전으로 왕의 즉위식, 조회, 외국 사신 접견 등 국가의 중요한 의식을 치르던 공식 의례 공간이에요.

 

창덕궁-야간개장
창덕궁 야간개장

 

궁은 정면에서 찍는 모습도 위엄 있지만 기와지붕이 만드는 곡선이 워낙 수려하다 보니 이렇게 측면에서 찍어야지 가장 예쁘게 나오는 것 같아요. 관람객들이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으니까 해설사님이 달빛 기행의 상징인 청사초롱이 나오게 찍어야 한다고 알려주셨어요.

 

 

저 청사초롱은 돈화문에서 입장할 때 2명 당 하나씩 나눠주세요. 그런데 저는 혼자다 보니 들고 다니면서 사진을 찍으려니까 오히려 거추장스러웠어요. 정말 밤 산책하는 기분을 느끼기 위해 참여하셨다면 꼭 챙기시고 혹시나 저처럼 사진 찍는 걸 좋아하신다면 안 챙기셔도 괜찮을 거 같아요. 참고하세요.

저는 다른 분들이 들고 계신 청사초롱을 배경 삼아 열심히 찍었어요. 

 

 

창덕궁-달빛-기행
창덕궁 달빛 기행
보름달과 창덕궁

 

사극 보면 가끔씩 임금님들이 고민이 있을 때면 밤 산책을 하다 달을 보잖아요. 왜 그런지 알겠더라고요. 고궁에서 보는 달이 정말 아름다웠어요. 최소한의 조명만 밝힌 깜깜한 공간에서 눈부신 달을 보고 있으면 마음도 정화되고 위안이 되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해설사님이 20일에 보름달이 떴는데 달은 원래 보름날 앞 뒤에 봐야지 더 동그랗다고 말씀해주셨거든요, 그래서 어제 뜬 달이 유독 더 크고 밝게 보였어요.

 

 

창덕궁-상량정
창덕궁 상량정

 

창경궁에 갔을 때 담 너머로 얼핏 보이던 건축물이 있어서 뭔지 궁금했는데 바로 상량정이었어요. (창덕궁과 창경궁은 서로 붙어있어요. 오후 5시 전에 낙선재 뒤쪽으로 가면 연결된 문이 있어서 입장료 1,000원을 내고 다른 궁으로 가서 관람할 수 있어요.)

상량은 '시원한 곳에 오르다'라는 뜻으로, 상량정은 그렇게 크지는 않은데 낙선재 후원에 우뚝 서있고 육각형 누각이라 눈에 띄어요.

 

창덕궁-낙선재-뒤-편
창덕궁 낙선재 뒤 편

 

해설사 님의 설명을 열심히 들었는데 사진 찍고 쫓아다니느라 바빠서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아요.

그래도 흐릿한 기억을 살려보면 '낙선재'로 조선의 24대 왕인 헌종이 책을 읽고 서화를 감상하며 휴식을 취하던 공간이에요. 왕이 쉬시던 방도 볼 수 있었는데 그 크기가 작아서 실제로 소박하고 검소하셨던 분이라고 해요.

대신에 문살이 만들어내는 문양의 종류가 섬세하고 다양해서 이렇게 야간에 보면 은은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어요.  

 

 

창덕궁-대금-연주
창덕궁 대금 연주

 

낙선재 후원을 올라가는데 어디선가 대금 소리가 들려요. 바로 아까 보신 상량정에서 대금 연주를 하고 계시더라고요. 

잠시 서서 감상했거든요, 주변이 깜깜하고 조용해서 대금 소리가 정말 청량하고 구슬프게 들렸어요. 저 장면이 한 폭의 그림 같기도 했고요.  

 

 

창덕궁-부용지
창덕궁 부용지

 

그리고 이곳이 정말 하이라이트였어요. 연못 위로 비치는 건축물의 모습, 너무 아름답지 않나요? 보자마자 감탄이 절로 나오더라고요. 

 

 

 

'부용지'는 사각형 모양의 왕실 연못이에요. 정조 임금이 여기서 낚시도 하고 배를 타면서 쉬었다고 해요. 그리고 이 부용지를 정면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건축물이, 그 이름도 유명한 규장각과 주합루였어요. 규장각은 정조 때 만든 왕실 도서관으로 1층이 규장각, 2층이 주합루예요.

넋 놓고 구경하고 있으니까 음악소리가 들리면서 임금님이 행차하신다는 목소리가 들려요. 

 

창덕궁-주합루
창덕궁 주합루
달빛-기행-왕가의-산책
달빛 기행 왕가의 산책

 

달빛 기행 특별 프로그램으로 '왕가의 산책'이 있었는데 바로 이 장면이었어요. 계단은 올라가지 못하고 이렇게 아래에서 볼 수 있어요. 화장실도 다녀오고 사진 찍을 시간을 주셔서 규장각을 배경으로 다들 돌아가면서 사진을 찍었어요. 가만히 저렇게 계셔주시거든요, 환하기도 하고 배경이 너무 예뻐서 여기가 포토 스폿이었답니다.

 

 

애련지,-애련정
애련지, 애련정

 

지나가다가 예뻐서 사진을 찍었는데 정보를 찾아보니까 연못은 애련지이고 오른쪽에 보이는 정자는 애련정이에요. '애련'은 '연꽃을 사랑하다'라는 의미로 숙종 때 지어졌다고 해요. 숙종은 더러운 물에서도 화려한 꽃을 피우는 연꽃의 지조와 깨끗함이 군자의 덕에 가깝다고 느껴서 연꽃을 사랑했다고 하더라고요.

 

 

창덕궁-관람정
창덕궁 관람정

 

여기는 후원에 있는 한반도 모양의 연못인 관람지(반도지)예요. 한복 입은 분이 서계신 곳이 관람정인데 판소리 '춘향가'를 불러주셔서 야경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소리를 들을 수 있었어요.  

 

창덕궁-연경당(사랑채)
창덕궁 연경당(사랑채)
달빛-기행-그림자극
달빛 기행 그림자극
달빛-기행-효명-세자-그림자극
달빛 기행 효명 세자 그림자극

 

이제 거의 마지막 순서로 연경당에서 효명 세자의 일대기를 다룬 그림자극과 부채춤을 관람했어요. 공연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은데 시간이 9시 30분 정도 되어서 슬슬 추워지더라고요. 그런데 생강차와 대추차를 준비해주셔서 잠시나마 따뜻하게 몸을 녹이면서 관람할 수 있었어요. 

 

연경당은 순조에 대한 효명세자의 효심이 담긴 공간으로 궁궐 내에 사대부집과 유사한 형태로 지어진 주택이에요. 고종과 순종대 이르러 주로 연회를 베풀고 외국 공사들을 접견하는 등 연희 공간으로 활용되었어요. 

 

 

달빛-기행-부채춤
달빛 기행 부채춤
달빛-기행-부채춤
달빛 기행 부채춤
달빛-기행-공연-관람
달빛 기행 공연 관람

 

어릴 때 학교에서 했던 학예회 말고는 부채춤을 실제로 본 게 처음인 거 같은데 너무 아름답고 재미났어요. 부채가 만들어내는 선이 고우면서도 움직임이 빨라서 지루할 틈이 없더라고요. 전통춤은 느림의 미학을 표현한다는 제 편견을 깬 시간이었어요.

모두가 모여서 만들어내는 저 모습이 한송이의 꽃 같이 아름답더라고요.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부채춤 공연은 꼭 한번 제대로 보려고요.

 

 

창덕궁-돈화문
창덕궁 돈화문

 

공연이 끝나면 후원 숲길을 걸어서 돈화문으로 다시 돌아오는 걸로 모든 순서가 끝나요. 창덕궁은 조선 시대 궁궐의 모습을 잘 간직한 곳이라던데 그래서 그런지 후원 숲길이 정말 어두웠어요. 하지만 관람객들이랑 같이 경호원 분들이 다니시거든요, 어두운 곳은 플래시를 비춰주셔서 안전하게 다닐 수 있었어요.  

 

달빛 기행 기념품

 

마지막에 받은 기념품이에요. 부용지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천연비누와 인정전의 모습이 담긴 파우치예요. 둘 다 고급스러운 문양이 예뻐서 마음에 쏙 들었는데 이 기념품만 해도 티켓 가격인 30,000원이라고 하더라고요. 곳곳에서 관람객들에 대한 배려를 느낄 수 있었어요.

 

 

 

 

보름달에 가까운 달빛을 받으며 고궁을 거니는 시간이 정말 즐거웠어요. 곳곳에서 공연을 관람하면서 해설사님의 친절한 설명 덕분에 우리나라 고궁에 대한 이해도와 애정이 깊어진 시간이었어요. 창덕궁은 조선시대 왕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았다고 하던데 그 매력이 무엇인지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답니다.

이래서 창덕궁 달빛 기행 티켓팅이 그렇게 어려웠구나, 다녀오고 나니까 알겠더라고요. 정말 또 가고 싶어요!

 

저처럼 혼자 오신 분도 있고, 20대 커플들, 부모님과 같이 오신 분들도 있더라고요. 다양한 세대가 온 걸 보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지 않을까 싶어요. 창덕궁의 야경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로 적극 추천해요.

포스팅이 도움이 되었길 바라며,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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